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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발자에게 테스팅을 배웠다
글쓴이 : 하늘소금 날짜 : 19-03-22 18:13 조회 : 1704
안녕하세요-
테스팅 이야기라는 게시판이 있어서 저도 몇가지 경험을 나누고 싶어 글을 올립니다.
테스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모두 다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은 개발을 하다가 테스팅을 하신 분들도 있고, 처음 부터 테스팅을 전문적으로 시작하신 분들도 있고요. 여러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테스팅이라는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된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다 드라마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저도 테스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공유하고 싶어 글을 올렸습니다.
제 글을 읽으면서 여러분들도 처음 시작을 생각해 보며 초심으로 돌아가 보는 시간 가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피드백 댓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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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공학과 출신들은 개발자로서의 삶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의 선배들은 대부분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의 개발자로 가거나, 프리랜서 개발자의 길을 갔다. 다른 길로 간 선배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동기 중에 어떤 친구는 개발자가 되기 싫어서 전공을 바꾸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막연하게 개발만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회사에 지원했다. 개발 업무는 아니지만 개발을 돕는 staffing 업무가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 때 내 머리 속에는 테스팅에 대한 생각은 없었다. 학부에서도 테스팅이라는 주제를 심도있게 다루지 않았고 크게 관심이 가는 주제도 아니었다. 삼성전자 프린팅 사업부에 입사한 후 부서 배치 면담을 할 때 개발팀만 아니면 좋다고 말했다. 개발자의 길로 간 선배들의 저녁 없는 삶은 내가 추구하는 바와 달랐다. 나는 사람답게 살고 싶었다. 인사부서에서는 나를 SQA(software testing assurance)라는 부서로 배치했다. 테스팅을 통해 품질을 보중하는 업무를 하는 부서라는 설명을 들으며 드디어 내 소원이 이루어지나 싶었다.

부서장 면담이 있던 날. 나는 일이 꼬이고 있음을 직감했다. 부서장은 올해 부터 테스트 자동화 과제가 본격화 되는데 내가 그 일에 적격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개발 없는 회사생활을 원한 나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나는 1년 먼저 들어온 선배와 함께 프린터 드라이버의 설치를 자동화하는 과제의 담당자가 되었다. 선배와 함께 개발팀에서 인스톨러 컴포넌트를 담당하는 책임님과 회의를 했다.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개발자들의 이름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책임님의 이름은 잊을 수가 없다. 개발자의 모범이라고 불려야 하는 그 분은 이상민 책임님이었다. 책임님은 개발팀 내부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인스톨러의 window 와 button 등의 객체를 인식하는 코드를 작성하고 있었다. 나는 책임님의 설명을 들으며 그 코드를 열심히 이해해야 했다. 그 코드를 기반으로 인스톨러 자동화 도구를 만드는 것은 나의 몫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코드를 한 줄 한 줄 읽으며 설명을 듣는 것은 리뷰의 한 형태였다. 궁금한 것은 질문을 했고 책임님은 늘 성실하고 친절하게 답해 주셨다. 내가 테스팅의 대한 지식이 부족한 걸 아시고는 테스팅 관련 개념과 프로세스 등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나는 그 때 처음으로 테스트 오라클이라는 개념을 배웠다. 어떤 테스트를 했을 때 그 테스트 결과가 이래야 한다는 근거라고 설명하시면서 요구사항도 사실은 오라클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해 주셨다. 요구사항도 어떻게 보면 오라클을 반영하고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하는 문서였던 것이다. V모델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셨다. A4 용지에 V모델을 그려가며 설명해 주실 때 각 개발단계마다 연계된 테스팅 활동에 대한 내용은 나에게는 마치 예술 같이 느껴졌다. 우리 회사의 전사 표준 프로세스는 V모델을 기반으로 이해하면 모든게 잘 이해되었다. 나는 책임님으로 부터 테스팅 관련 지식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듯 배우고 있었다. SQA에도 나의 사수가 있었지만 테스팅의 기본 지식의 체계를 잡아 준 사람은 바로 이상민 책임님이었다.

자동화 도구 설계서를 작성하고 책임님과 리뷰를 하며 방향을 잡아 갔다. 설치가 잘 되었는지 확인하는 부분이 문제였다. 필요한 파일들을 제대로 설치가 되고 인쇄가 되는지 확인하는 부분을 구현하며 테스트 결과를 확인하는 부분이 수동으로 할 때 만큼 신뢰성을 주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 때 책임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해 주셨다. “실행 자동화는 쉽지만 테스트 결과 판정까지 자동화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자동화 도구가 어느 정도 완성된 후 부서 내에서 자동화 도구 사용을 지원하면서 나는 거의 개발자가 되어 갔다. 자동화 도구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마음이 아팠고, 결함을 수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 때의 경험으로 나는 개발자들을 이해하는 능력을 얻게 되었다. 개발자들은 내가 억지스러운 결함을 올리지 않는다고 좋아했던 것 같다. 입사 후 자동화 도구를 개발했던 그 1년은 내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다. 나의 테스팅 관련 지식의 절반은 책임님의 공이 크다. 나는 가끔 책임님을 떠올린다.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Won님 19-03-25 14:14
재밋게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개발자가 테스팅을 잘 알아야하는 이유가 피부에 와 닿으면서도 이런 개발자분들이 몇분이나 계실지...란 생각이 드네요.^^;
이책임님이 지금 어떤 역할을 하며 커리어를 이어가고 계신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Won님 19-03-25 14:16
올해 말에 개발자 대상의 SDET(Software Development Engineer in Testing)이란 ISTQB 테스팅 자격증이 만들어지는데, 이 자격증이 이책임님 같은 분이 국내 개발분야에 많아지는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http://sten.kr/lnk/qkwmuxzu
narooto2 19-03-26 10:00
"우리 회사의 전사 표준 프로세스는 V모델을 기반으로 이해하면 모든게 잘 이해되었다." 쓰여진 글중 가장 오랫동안 머리에 남겨진 문장중 하나였던거 같습니다.

내가 속한 조직의 표준 프로세스는 V모델을 기반으로 이해하면 얼마나 이해될까...?하는 생각과 함께,(물론 그렇게 안되기에,,,ㅎㅎ) 그런조직이 될수 있도록 난 무얼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잠시 멍하니 보게 되었네요,

몰라서 못하는건지,,,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아는게 아니던지,,,
알고는 있으나 실천할수가 없는건지,,,
알고도 있고 실천할수도 없는상황을 인지한 상태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생각에 잠시 멍,,,해져있던거 같네요...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좋은글에 감사드립니다^^
     
하늘소금 19-03-26 15:02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저도 회사에서 이것 저것 개선을 시도해 보다가 실패한 적이 많았거든요 ^^;
     
Won님 19-03-26 20:59
예전 같으면 대부분 실천하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으려니 했겠지만,
이제는 그냥 생각만 하고 지나치면 안될 것 같습니다.^^;

개인 경험과 역량에도 영향이 큰 부분이라 어떻게든 꼭 시도해 일부라도 실천하는 경험 가지시길...^^
나몽2 19-03-26 22:31
회사에서 긍정적인 동기부여를 해주는 선배나 상사 만나는거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부럽기도 하고, 공감되기도 하는 글이네요.
그쵸..  자동화 실행은 어찌어찌 한다고 해도 결과 판정은 또 다르죠. 아흐..
     
하늘소금 19-03-29 17:55
맞아요 ^^ 저는 좋은 선배들을 많이 만났어요 다만 제가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였을까 생각해보면 조금 부끄럽지만요^^;
오성환 19-03-28 09:20
잘 읽었습니다. 저도 개발자 출신 테스트를 수행한지라, 개발자들의 마음은 일부 공감합니다.
     
하늘소금 19-03-29 17:59
감사합니다. 저보다 더 많이 아실것 같아요. 다만 너무 개발자 입장에서 생각하다가 false negative에 빠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koykorea 19-07-04 14:40
잘 읽었습니다 개발자도 SQA에 대한 기본 마인드가 중요한것 같습니다.
장군yi 19-07-19 15:48
개발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면 테스트 품질에 대한 접근도 분명 도움이 될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잘 읽었습니다.